이런 사람 하나 있으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受天 / 김용오
바람 불고 비라도 오는 날이면 그곳은 괜찮으냐고 한통의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줄 이런 사람 하나 있으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뒹구는 낙엽을 보고 있노라니 쓸쓸해져 지금쯤은 당신도 테라스에
서서 나처럼 뒹구는 낙엽을 보며 외롭게 서 있을 것 같아 전화를
했다는 한통의 이런 전화를 해줄 수 있는 이런 사람하나 있으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우연히 길을 걷다 홍조를 드리우고 나붓대고 서있는 저 우체통의
모습이 당신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아 전화를 걸지 않을 수 없었다며
헐떡거린 숨으로 말을 하는 한 통의 이런 전화를 해줄 수 있는
이런 사람하나 있으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첫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당신을 처음 만난 그 장소를 다시 찾아
그 날처럼 보폭을 함께하며 수런수런 얘기를 나누고 싶어 전화를
했었다는 한 통의 전화를 해줄 수 있는 이런 사람 하나 있으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무슨 일에 있어 실수라도 하는 날엔 너털웃음을 짓고선
"사람이란 신이 아니기에 누구나 당신처럼 실수를 할 수 있어"
라며 실수를 하여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나의 가슴을 꼭 껴안고서
등을 토닥여 주는 이런 사람 하나 있으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남루한 옷차림에 벙거지 모자를 쓰는 비록 멋은 부릴 줄 모르는
그런 사람이라지만 곁에 없으면 눈물이 날 것 같은
이런 사람 하나 있으면 덧없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