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지혜 ◈

여름 내내 냉면?...'치아는 싫어해'

세워리 2008. 6. 1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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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무더워지는 6월이면 본격적인 냉면의 계절이 시작된다. 새콤하고 시원한 육수에 담긴 쫄깃한 메밀면을 한 젓가락 '후루룩' 삼키고 나면 입맛도 살아나고 더위도 물러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냉면은 더워지고 입맛이 떨어지는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인기 음식이다. 하지만 덥다고, 또는 입맛 돋운다는 이유로 여름 내내 냉면을 먹는다면? 입맛은 반길지 모르나 치아는 싫어할 수 있다.

 ▶입속 산도 pH5.5이하 충치 발생 위험 높아

 치아가 냉면을 싫어하는 이유는 신맛, 질긴 면, 차가운 육수 이 세 가지 때문이다.

 냉면 한 그릇 생각만으로도 침이 고이는 사람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냉면에 곁들여진 식초의 신맛이다. 레몬을 생각하면 관자놀이가 당기고 저절로 입에 침이 고이는 것처럼 말이다. 식초가 첨가된 냉면은 대표적인 산성음식 중 하나. 냉면에 식초를 첨가하는 이유는 식중독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 식초의 살균력이 음식물 속 식중독균을 쫓기 때문이다. 식중독균은 새콤한 맛을 갖는 산성상태가 되면 생육조건이 맞지 않아 번식을 하지 못한다. 이런 역할 때문에 식초는 냉면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조미료다.

 하지만 식초에 포함된 강한 산성 성분은 치아를 부식시킬 수 있다. 여름 음식 중 식초가 많이 첨가된 오이 냉국이나 미역 냉국도 마찬가지다. 구강 내 산도가 pH5.5이하로 떨어지면 치아 겉면(법랑질)이 부식되면서 치아 칼슘이 빠져나와 충치가 발생하기 쉽다. 냉면에 첨가하는 일반양조식초의 산성도는 평균 pH3.3으로 산성도가 강한 편이다. 물론 산성음식이 들어오면 입안의 침이 산성도를 옅게 만들어 치아를 보호하긴 한다. 하지만 산성이 강한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 침의 희석 기능이 떨어지면서, 산성의 치아 공격을 막을 수 없다.

 ▶질긴 면, 차가움 때문에 '치아는 괴로워'

 냉면의 질기고 쫄깃한 면 역시 치아에게는 해롭다. 냉면은 일반국수에 비해 질긴 편. 일반 국수가 쉽게 넘어가 씹지 않아도 됐다면, 냉면은 쫄깃해'꼭꼭'씹지 않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씹어야 건강해진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듯, 씹는 활동은 우리 몸에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씹는 활동을 게을리 할 경우 생기는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씹는 역할을 다하기 위해 존재하는 치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퇴화한다. 어릴 적부터 음식물을 잘 씹지 않으면 치아가 고르게 발달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씹을수록 건강해진다'의 저자 니시오카 하지메 교수는"옛날과 달리 요즘 아이들이 치과에서 치아교정을 많이 받는 것도 꼭꼭 씹지 않은 탓이 크다"고 말한다.

 둘째 음식물을 씹을 때 침이 분비되면서 구강 내 청결을 유지해주고, 유해한 세균도 억제한다. 그런데 잘 씹지 않으면 침 분비가 줄어들면서 충치 발생 위험이 커진다.

 셋째 꼭꼭 씹는 일을 게을리 하면 소화가 원활하지 않게 되고 이것이 바로 비만 원인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냉면은 치아의 중요한 역할인 저작 기능을 빼앗고 있다.

 마지막으로 냉면의 차가운 육수도 치아를 괴롭히는 요소 중 하나다. 얼린 육수를 빙수처럼 갈아놓은 냉면 육수를 마실 때 이가 시린 것은 당연한 현상. 그러나 약간 시린 정도가 아니라 참을 수 없을 만큼 시리거나 욱신거린다면 이미 충치가 상당히 진행되었을 수 있는 상황. 차가운 육수는 통증을 동반한 시린 증세를 더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또 더위를 식히겠다고 곧장 냉면 육수 속 얼음을 깨물어 먹는다면 치아에 미세한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 치아에 이런 미세 균열이 많아지면 외부충격에 치아가 쉽게 부서진다. 또 균열된 치아 틈 사이로 커피나 음료 등의 색소가 스며들면서 치아 착색현상이 가속화될 우려도 있다. 특히 균열이 많아진 치아는 급격한 온도변화를 견디지 못할 만큼 약해진다. 여름에 뜨거운 보양식을 먹으면서 찬물로 입 안 열기를 식히는 사람도 많은데, 이런 행동은 치아 법랑질(치아 겉면)의 과도 팽창과 수축을 일으키며 균열된 치아 틈을 더 벌려놓는다. 차가운 얼린 육수로 더위 쫓으려다, 치아건강까지 쫓을 수 있는 일이다.

 ▶별미 냉면, 식초 조금 넣으면 치아 보호 가능

 물론 이런 이유로 별미인 냉면을 포기할 수는 일. 조금의 지혜만 발휘한다면 맛도 즐기고 치아 건강도 지킬 수 있다.

 우선 냉면 육수에 식초를 한두 방울 정도만 첨가해 먹는 것이 좋다. 우리의 입맛은 강한 자극에 빨리 적응하기 때문에 더 높은 강도의 산성을 원한다. 즉 냉면을 자주 먹으면 먹을수록 육수에 넣는 식초의 양은 많아진다. 따라서 매번 육수에 넣는 식초량을 줄이는 습관을 갖는다면 치아 속 칼슘은 안전할 것이다. 또 냉면의 면은'꼭꼭'씹지 않고 넘기더라도 냉면 위에 얹혀 있는 토마토, 오이, 편육 등은 씹을 수 있는 음식들이다. 또 냉면과 찰떡궁합 반찬으로 나오는 절인 무나 김치 등의 채소 역시 씹기도 좋고 식이섬유도 풍부한 음식. 냉면을 먹으며 이런 음식들은 같이 섭취한다면 맛도 두 배 좋아지고, 치아 건강도 지킬 수 있다.

 만약 평소 이가 자주 시린 사람이라면 차가운 냉면 육수를 한꺼번에 많이 마시지 말고 조금씩 나누어 마시는 것이 좋다.

 이정도 노력만 한다면 냉면의 깊은 맛을 마음껏 느껴도 치아는 안전하다. 물론 이 모든 예방에 앞서 올바른 칫솔질은 기본이 돼야 할 것이다. 여기에 냉면을 다 먹은 후 커피 대신 맹물로 입 속을 헹궈내서 산도를 낮춘다면 금상첨화다. < 도움말=요요치과 일산점 김진용 원장, 원데이브라이트치과 황유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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