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편지지◈
뜰에 놓인 가을/ 현탁 이윤숙 어젯밤 살포시 와서 살살 더듬든 이 너였구나 들끓던 여름의 콧잔등을 흔들던 이도 일순간 감탄 같은 설렘이 고추잠자리처럼 맴도는 것을 보니 언제 뜰에 와 있었구나 길들여진 여우처럼 기다린 게야 사랑은 아닌 듯 아닌 듯이 찾아온다는 그 당연한 말을 빌리지 않아도 우린 또 치열하게 사랑을 할 테니까 저기 저, 아득하게 펼쳐질 무한의 사랑을 찾아 들뜨는 계절의 한 페이지가 나뭇가지 끝에 추상파로 흔들린다.